최근 한국과 UAE가 체결한 650억 달러 규모의 협력 중에서도 50조 원에 달하는 방위산업 협력은 양국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여는 핵심 축입니다. 이는 단순한 무기 판매가 아닌, 설계부터 제조, 교육, 운영, 수리에 이르는 전 주기를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 공유 모델입니다. UAE의 연간 국방비 40조 원을 고려할 때 이번 협력 규모는 매우 이례적이며, K-방산이 중동 시장에서 얼마나 깊은 신뢰를 구축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LIG넥스원의 통합 방공 시스템 현지화 전략
LIG넥스원은 이번 UAE 방산 협력에서 통합 방공 무기 분야의 최상위 후보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치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LIG넥스원은 지난 20년 가까이 UAE 시장을 공략하며 현지화 역량을 체계적으로 구축해 왔습니다. 2022년 천궁-II 미사일을 2조 7천억 원어치 판매한 것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양국 간 기술 신뢰를 입증한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LIG넥스원이 UAE 최대 방산업체 칼리 두스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현지 합작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을 포함하는 '절충 교역'의 핵심 요소입니다. 설계, 생산, MRO(유지·보수·운영) 거점을 현지에 구축함으로써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UAE가 자체적으로 방산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내년에는 중고도 요격 미사일인 천궁 M에 이어 고고도 요격 미사일 L-SAM까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두 체계는 동일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다층 방어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최근 아부다비에서 개최한 현지화 포럼과 사우디 WDS 2026 전시회에서 국내 협력사들과 공동 부스를 설치한 것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패키지 설루션 제공 역량을 강조하는 전략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중동 국가들이 요구하는 엄격한 비밀 유지와 국방 안보 산업의 특성에 완벽히 부합하며, 생태계 전체를 함께 구축하는 진정한 파트너십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KAI의 KF-21 보라매와 항공 협력 확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는 UAE와의 항공 분야 협력에서 중심에 서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 4월 KF-21 포괄적 협력에 관한 의향서(LOI)를 맺었으며, 8월에는 UAE 군 관계자들이 KAI 사천기지를 방문하여 KF-21 시제기에 직접 탑승하며 기술력을 검증했습니다. 11월에는 UAE의 방산 업체 에지 그룹과 KF-21을 포함한 고정익 및 회전익 항공기 협력 MOU를 체결하면서 협력의 범위가 더욱 구체화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미납 문제로 KAI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UAE의 합류는 KF-21 개발 및 생산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제공합니다. 단순히 재정적 지원을 넘어, UAE가 공식 파트너로 합류할 경우 전투기 제작부터 조종사 교육, 수리까지 패키지로 묶이는 방산 동맹의 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음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공동 연구 개발과 같은 구체적인 협력 방식이 논의될 예정입니다. 이는 단순한 완제품 수출이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함께 참여하고 기술을 공유하는 진정한 의미의 산업 생태계 협력입니다. UAE가 KF-21 프로그램에 본격 참여하게 되면, 중동 지역 전체에 한국형 전투기의 기술력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며, 향후 다른 중동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조종사 교육과 정비 시스템까지 포함한 전 주기 협력 모델은 단기적 수익을 넘어 장기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전략적 접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종합 수혜 전망
한화 시스템과 한화 오션 등 한화 그룹 계열사들도 이번 UAE와의 방산 협력에서 상당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화 그룹은 이미 2017년 한화디펜스(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다연장 로켓 천무를 7억 원치 수출하며 UAE와의 관계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지속적인 신뢰 구축을 통해 K-방산의 주요 파트너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한화 시스템의 경우 KF-21 보라매에 탑재되는 센서와 레이다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항공기의 눈과 귀에 해당하는 이러한 전자 장비들은 전투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며, 한화 시스템의 기술력은 이미 국내외에서 검증받았습니다. UAE가 KF-21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센서와 레이다 시스템에 대한 현지 생산 및 기술 이전도 협력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화 오션은 수상함과 잠수함 등 군함 분야에서 UAE와의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해양 방위는 중동 국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소이며, 한화 오션의 조선 기술력과 방산 노하우가 결합된다면 UAE 해군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협력이 방공, 해양, 공중 등 전 영역을 아우른다는 점에서 한화 오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오는 5월 전후로 협력 대상과 범위가 구체화될 예정입니다. 현재까지 발표된 내용만으로도 한화 그룹 계열사들이 센서, 레이다, 수상함, 잠수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단순한 무기 판매가 아닌 산업 생태계 전체를 공유하는 협력 모델의 완성을 의미합니다. 교육, 운영, 수리까지 포함된 전 주기 협력은 한화 그룹에게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제공하며, UAE에게는 자체 방산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한국과 UAE의 방산 협력은 이제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기술 이전, 현지 생산, 공동 연구 개발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산업 파트너십으로 진화했습니다. LIG넥스원, KAI, 한화 그룹이 각자의 영역에서 보여주는 현지화 전략과 생태계 구축 노력은 K-방산의 미래를 밝게 비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 모델이 다른 중동 국가들로 확산된다면, 한국 방산의 글로벌 경쟁력은 한층 더 강화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