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반도체와 AI 섹터의 강세 속에서 제약·바이오주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정된 투자 자금이 반도체 쪽으로 집중되면서 바이오 섹터는 기대감 선반영과 금리 인하 사이클 지연이라는 구조적 부담을 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3월 이후 부동산에서 주식 시장으로의 자금 이동, 다양한 학회 모멘텀, 그리고 CDMO 분야의 본격적인 성장이 예고되면서 제약·바이오 섹터의 반등 가능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약·바이오주가 겪은 소외 현상의 원인과 함께, 앞으로 기대되는 반등 모멘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머니무브 가속화와 절세 계좌를 통한 자금 유입
부동산 시장의 정체와 정부의 생산적 금융 강화 정책은 자금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특히 퇴직연금 계좌와 ISA 계좌와 같은 절세형 자산에 묶여 있던 막대한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ISA 계좌의 연간 소득공제 한도를 기존 900만 원에서 1,2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세제 혜택을 확대하여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를 적극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적 뒷받침은 국내 증시, 특히 코스닥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코스닥 3,000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바이오 섹터의 성장이 필수적입니다. 현재 코스닥 150 지수 내 제약 바이오 업종의 비중이 무려 40%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연기금의 벤치마크 개편을 통해 코스닥 의무 매수 구조가 개선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약 2조에서 3조 원 규모의 자금이 코스닥 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150조 원 규모의 국민 성장 펀드 중 바이오백신 분야에만 최소 2조 5천억 원이 배정되고, 헬스케어 전체로는 약 5조 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3월부터는 코스닥 액티브 ETF가 출시되면서 바이오 섹터로의 추가적인 자금 유입이 기대됩니다. 이러한 패시브 자금의 유입은 단기적 이벤트가 아닌 연말까지 이어질 연간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과거 중동발 오일쇼크나 하마스 전쟁 사례를 보면, 단기적 충격 이후 2개월에서 3개월 내에 주가가 전반적으로 회복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관련 이슈로 국내 증시가 12% 하락과 9% 상승을 오가는 역대급 변동성을 보였지만, 이는 단기적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주요 바이오 기업에 대한 매수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가총액 회복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머니 무브는 단순한 자금 이동이 아니라 국내 증시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핵심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학회모멘텀과 글로벌 빅파마의 관심 집중
바이오 섹터는 학회모멘텀의 영향을 크게 받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다양한 글로벌 학회와 임상 데이터 발표가 예정되어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대표적으로 4월에는 미국 혈액암 학회인 AACR이, 6월에는 유럽 종양 학회인 ASCO가 개최됩니다. 레고켐바이오, ABL바이오, 알테오젠 등 국내 주요 바이오텍들이 대거 참여하여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며, 이는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모멘텀입니다.
현재 빅파마들이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비만 치료제와 ADC입니다. 특히 레고켐바이오는 ADC 분야의 탑티어 기업으로, 얀센에 기술 이전한 마일스톤이 올해 터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LCB14, LCB7, LCB84 등 주요 파이프라인의 가치가 학회를 통해 재조명될 것이며, 오리온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자랑합니다. ABL바이오는 뇌로 가는 택배 기술로 불리는 뇌 투과 플랫폼인 그랩바디-B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라이 릴리와 사노피에 기술 이전을 통해 모멘텀을 이어가고 있으며, 비만 관련 근손실 감소 분야로도 플랫폼 확장성을 가지고 있어 추가 기술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습니다.
올해의 가장 큰 화두는 RNA 단백질 분해제 치료제, 즉 유전자 치료제 분야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RPT 분야도 주목할 만한 모멘텀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릭스, 알지노믹스, SK바이오팜 등이 이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SK바이오팜은 바이오텍과 달리 안정적으로 돈을 잘 버는 회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유한양행과 더불어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1조 원 매출 달성이 예상되며, 뇌전증 치료제인 엑스코프리의 미국 시장 매출이 7천억 원 규모에 달합니다. 방사성 의약품인 RPT 분야에서도 선두권을 치고 나갈 가능성이 높아 학회모멘텀과 함께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CDMO성장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혜
CDMO 분야는 올해 제약·바이오 섹터에서 가장 견고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6 공장이 2026년 상반기에 완공 예정이며, 가동 시기가 지속적으로 앞당겨지고 있다는 점은 빅파마들의 수요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셀트리온 역시 공장 인수를 통해 올해 본격적인 가동이 예상되어 CDMO 분야의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지난해 의약품 수출액이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정부 목표치는 전년 대비 12.4% 증가한 117억 달러인데, 이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5년 바이오의약품 태동기 이후 10년간 무려 15배 성장하며 전체 시장 규모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졌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선진국 시장으로의 수출이 급증했다는 것입니다. 기존에 아시아에 집중되었던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과 유럽으로의 수출액이 10% 수준에서 30% 수준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아시아 퍼시픽 비중이 58%에서 30%대로 축소된 것과 대조적으로, 대미 수출이 급증하면서 한국 의약품 수출 포트폴리오는 다변화되었습니다.
미국의 우시 앱텍, 우시 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는 한국 바이오 기업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이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의 미국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은 CDMO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며, 이들의 성장은 국내 바이오 섹터 전체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CDMO 분야의 안정적인 실적은 기대감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전환되는 바이오 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핵심 요소입니다.
제약·바이오주는 반도체 및 AI 섹터로의 수급 쏠림, 기대감의 선반영, 금리 인하 지연, 미국 IRA 약가 인하 이슈 등으로 일시적 소외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3월 이후 머니 무브 가속화, 학회모멘텀을 통한 임상 데이터 발표, CDMO 분야의 본격적인 성장이 맞물리면서 반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의 이슈와 모멘텀을 면밀히 살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제약·바이오 섹터에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