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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기판 전쟁의 시작 (삼성전기의 역습, TGV 공정 기술, AI 패키징 인프라)

by newsabc 2026.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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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엔비디아의 블랙웰, 루빈 등 차세대 칩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한 무대 뒤에서 진짜 게임 체인저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유리기판'입니다. 기존 플라스틱 기판의 물리적 한계가 명확해진 지금, 유리기판은 AI 칩의 대형화와 고열 환경을 지탱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28년 84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 시장에서, 삼성전기는 TSMC를 제치고 선두 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유리기판 삼성전기

삼성전기의 역습: 디스플레이 기술이 반도체로 넘어오다

3 나노, 2 나노 공정에서 삼성전자를 압도하던 TSMC가 이번에는 오히려 뒤에서 따라오는 모양새입니다. 게임의 룰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2024년 말 TSMC가 이례적으로 2027년 전으로 유리기판 양산이 가능할 것 같다고 언급했지만, 그 압박의 중심에는 삼성전기가 있습니다. 삼성전기는 2025년 4분기 세종 사업장에서 유리기판 파일럿 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며, 2027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미 AMD, 브로드컴 등 주요 고객사들의 검증 단계에 돌입하여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게 왜 무섭냐면 유리기판 기술은 순수 반도체 기술이라기보다 디스플레이 기술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유리를 얇게 깎고 수만 개의 구멍을 뚫고 미세 가공하는 기술 말입니다. 삼성은 스마트폰 화면과 텔레비전 패널을 만들면서 이미 이 영역에서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그 기술이 이제 반도체로 넘어온 겁니다. 반면 TSMC는 순수 반도체 회사입니다. 유리를 직접 다뤄본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외부에서 기술을 사 오거나 새로 배워야 하는 구조입니다.
삼성 그룹의 수직 계열화는 여기서 강력한 경쟁 우위를 제공합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칩, 삼성전기는 기판, 삼성디스플레이는 수십 년간 축적된 유리 가공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턴키 서비스는 재료부터 완제품까지 한 그룹 내에서 해결하는 구조로, 고객사에게 복잡한 공급망 관리 부담을 줄여줍니다. 칩 설계부터 기판 특성을 반영한 최적화 설계가 가능하여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성능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과거 LCD 시장에서 삼성이 OLED에 과감히 투자하여 프리미엄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시장을 지배하게 된 것처럼, 유리기판 시장 역시 기존 기술 1위 기업이 기술 전환기에 뒤처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TGV 공정 기술: 머리카락보다 가는 구멍이 승부를 가른다

유리기판에는 아주 작은 구멍을 수만 개 뚫어야 합니다. 이를 TGV, 즉 Through Glass Via라고 부릅니다. 이 구멍 하나하나가 머리카락보다 가늘습니다. 그런데 이 작업을 하다가 유리가 깨지면 전부 불량입니다. 수율이 곧 경쟁력입니다. 한국에는 이미 이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필옵틱스는 레이저로 유리의 구멍을 뚫는 장비를 만들고 있고, 켐트로닉스는 식각 공정을 통해 미세 가공을 정교하게 다듬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켐트로닉스는 OLED 식각 장비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던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첨단 소부장 분야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유리기판 핵심 공정인 TGV부터 전공정 식각 테스트까지 일괄 생산 체계를 구축하여 거의 모든 핵심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플랫폼 장비 기업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삼성전자와의 합작 법인 설립 이력은 켐트로닉스의 기술력을 삼성전자가 인정하고 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삼성전자가 켐트로닉스를 선택한 이유는 국산 장비로 생태계를 구축하고 해외 기업 의존도를 줄여 국내 기업과 함께 패키징 생태계를 키우려는 전략 때문입니다.
필옵틱스는 장비주 특성상 대형 고객 계약보다 먼저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유리기판 시장의 초입에서 판을 먼저 선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유리기판 상용화가 본격화되는 2026년 이전에 장비 발주가 늘어나면서 먼저 매출이 찍힐 가능성이 큽니다. 유리기판 공정에서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핵심 키워드는 TGV(구멍 뚫기), 정렬, 검사입니다. 유리는 한번 금이 가면 급격히 깨지기 때문에, 기술력과 더불어 정교한 검사 및 품질 보증 체계가 매우 중요하며, 이때 필옵틱스와 같은 장비 회사의 역할이 더욱 부각됩니다. LG이노텍 역시 구미 사업장에 반도체형 유리기판 시산 라인 구축을 위해 장비 발주에 들어갔으며, 특히 핵심 공정인 TGV 공정 장비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AI 패키징 인프라: 11조 원 시장의 탄생과 국가 단위 지원

유리기판 시장은 2028년 84억 달러, 약 11조 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거의 제로에 가까운 시장이 3년 만에 11조 원 규모로 커지는 것은 AI 칩의 대형화와 고열 환경에서의 안정성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AI 칩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으며, 엔비디아 H 시리즈, 블랙웰, 루빈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커지는 칩을 지지하는 기판 역시 커져야 합니다. 하지만 기존 플라스틱 기판은 140mm를 넘으면 열에 의해 휘어지는 문제가 발생하여 고열 환경에서 동작하는 AI 칩에는 치명적입니다.
반면 유리기판은 표면 거칠기가 0.01 마이크로미터 미만으로 플라스틱보다 50~100배 매끄러워 더 많은 회로를 집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열팽창 계수를 칩과 유사하게 조절할 수 있어 대형 칩에서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모델 구동에 수천 개의 그래픽 처리 장치(GPU)와 고대역폭 메모리가 필요해지면서, 이를 지지할 강력한 기판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플라스틱 기판의 한계에 도달하자 유리기판이 그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엔비디아 또한 기존 방식으로는 차세대 칩 구현이 어렵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유리기판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SKC는 유리 코어 기판이라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에 올인한 기업으로, 시장의 방향성과 크기를 보여주는 기준점입니다. SKC는 미국 조지아에 양산 공장을 구축하고 미국 정부로부터 생산 보조금 7,500만 달러, 연구 개발 지원 1억 달러를 확보하여, 유리기판이 단순 기업의 도전이 아닌 국가 단위로 지원하는 차세대 반도체 인프라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는 유리기판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미국 안에서 미국 고객에게 미국 정책을 타고 성장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유리기판 공정의 핵심인 미세 식각과 정밀 증착 분야에서 수십 년간 축적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 파운드리의 첨단 패키징 라인과 구조적으로 연동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습니다. 티로보틱스는 삼성전자 계열사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물류 자동화 협력을 진행하며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공정의 클린룸용 진공 로봇을 개발 중입니다.
유리기판 전쟁은 누가 먼저 수율을 잡고, 누가 먼저 양산 라인을 돌리며, 누가 먼저 고객 신뢰를 얻느냐의 싸움입니다. 투자자들은 파일럿 라인에서 양산 라인 전환 시점, 고객사 샘플링 및 품질 인증, 증설 투자 발표 규모, 정부 지원금 및 정책 연결, 장비 발주 및 공급망 발주 증가의 다섯 가지 지표를 통해 유리기판 관련 기업들을 추적해야 합니다. 유리기판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AI 패키징 성능을 결정하는 차세대 인프라이며, 누가 먼저 생산하고 인증받느냐에 따라 판도가 결정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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